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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비白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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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을 것이 꽃자리 새길 것 핏빛이여 백비이지요

  우듬지에 그리기보다 뿌리에 새겨야 할 것이 많고

  밖이 아니고 안에서 밀어야 서는 것이 백비,

 

  봄이 지나는 오름마다 피는 버짐에 무너지거나

  넘어질 듯 가로막는 아지랑이 뼛속을 쏘다니어

  앞에서 읽기보다 뒤에서 핏줄 돋는 것이 백비,

 

  비에 새겨야 할 것 민들레 냉이 복수초 새우란

  올해도 환하게 피었네요 한라산 절며 가는 길

  개나리 진달래 동백에 매달려 잘도 조는 나비,

 

  바람에 흔들릴수록 유채꽃은 더 만발하지요

  세월이 잘린 나무의 새로 돋는 싹은 무량수

  불에 그을린 돌담은 풀숲 아래서 쉬고 있지요

 

  사월의 햇빛은 되살리겠다고 맨몸으로 데우는

  아니 알몸 껴안은 비탈마다 설앵초 섬매발톱

  구상나무는 어깨에 실한 꽃봉오리를 달았지만,

 

  다랑쉬 옴팡밭 너븐숭이 곤을동 꽃잎 하나 없이

  생토로 누운 우리 님, 이젠 너와 내가 일으켜

  하늘과 땅이 마주친 백비에 동백꽃 심어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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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승  woosan9988@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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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6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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