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그림자 꿈
캄캄하다
얼핏얼핏 손가락들이 보인다
배의 창을 긁고 있는 손톱들
서로 얽혀있는 눈동자들
살려달라는 고함소리는
검은 물 위를 떠다니고
금방 깨질 것 같은 창문은
거짓말처럼 단단하다
내가 선창을 두드릴수록
아이들은 시커먼 그림자로 번지고
두꺼운 파도는 자꾸 나를
배에서 떼어 놓는다
캄캄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배 안에 갇혀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위해
손이 부서지도록 기도하며
창문을 깨뜨리는 것 뿐
기도는 닿지 않는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캄캄한 그림자가 되어
매일 밤 내 잠 속을 헤집고 다닌다
눈을 감으면
아이들의 눈동자가 밀려온다
김애리샤 wanderlust4104@daum.net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6 봄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