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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1
<특집> 내가 읽은 4.3시 ㅣ 김신숙 추천
사팔이
향사 마당 한켠
외양간 닮은 집에 살면서
마을의 궂은 일은 도맡아 했습니다
향회가 열리는 날이면
ᄆᆞᆫ닥덜 모이십서 댕 댕 대에앵
종을 울렸습니다
침을 놓던 봉진이 아버지가 데려왔다는
사팔뜨기 사팔이
마을에서는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름도, 나이도 가지지 못한
겉늙어 뵈는 행색은
나사가 반쯤 풀린 듯 헤헤거리며
어른, 아이 대할 때 마다 가릴 것 없이
인사성 하나만은 밝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보이질 않은 건
무자년 소개령이 끝나고
재건마을에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향사는 불에 타 없어지고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상가나 잔칫집 돗추렴에도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죽창을 들고 다니더라는 얘기는
사태가 끝나고 난 후
부풀리고 꼬리를 물어
발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강덕환
강덕환 시집 <그해 겨울은 춥기도 하였네> (풍경, 2010)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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