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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1

​<특집> 내가 읽은 4.3시 ㅣ 오광석 추천

  몽돌 속에는 용암이 산다

 

 

  섬의 몽돌 속에는 용암이 산다

 

  용암을 품은 몽돌들은 설문대여신의 손금, 그 ᄆᆞ른 내창 바닥에 제 화를 누르며 바짝 엎드려 있다 어쩌다 먹장구름이 세상을 가려줄 때 여신이 울고, 그 부끄러운 눈물 속에서 몽돌들은 온몸 비틀며 통곡을 해보는 것인데, 여신의 손금은 언제나 말라 있고 용암이 몽돌을 부수고 뛰쳐나오는 일은 없다

 

  훌쩍 20년이 지났구나! 그날 나는 화산재 한 줌 바다에 뿌리고 용천수로 목을 축이며 이런 생각에 잠긴다 몽돌 하나가 어떻게 폭발하는지 섬은 왜 속울음으로 용천수를 만드는지

 

  관덕정 광장 4.3 행사장 인파 속에 전시된 사진들 거기 마지막 산사내의 사살된 시신 그 앞 얼어붙은 폭도새끼인 나와 그 사내의 동생, 그 뒷날부터 잠시 숨어 있던 흉흉한 소문들이 가시로 돋아나고 우리는 옥죄어오는 통증 탈출을 위해 버둥거린 것인데, 나는 아직도 갇혀 있고, 친구는 소문의 진원지라 생각되는 친족 집을 불태우고 경찰에 구속되기 전 눈오름 소낭 가지에 목을 맨 것인데, 통증 탈출을 한 것인데,

 

  무섭다

  산벚꽃 몽우리 돋을 때쯤 바싹 마른 4.3의 바닥 거기 뒹구는 몽돌들, 숨어 우는 용천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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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주 

   제주4.3 73주년 추념시집 <거기, 꽃 피었습니까>(한그루, 202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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