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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1
내가 좋아하는 일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열고 배롱꽃을 멍하게 바라보는 일
문을 열고 나서면서 허리 숙여 채송화를 쓰다듬어 보는 일
호미를 들고 백리향의 나아갈 길을 만들어 주는 일
햇볕에 바짝 마른 천인국이며 버들마편초의 씨앗을 훑어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두는 일
우창꽃 줄기를 잘라 물병에 꽂고 칸나의 구근을 캐 창고로 들이는 일
그래서 함께 겨울을 견디는 일 땅이 녹기를 기다리는 일
사실은 이런 일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그날 당신이, 지나가는 말처럼 ‘선생님을 만난 씨앗은 참 좋겠어요’ 라고 한 이후로 나는 꽃밭에 들어서면 궁금한 것들이 많아져서는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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