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1

  내가 좋아하는 일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열고 배롱꽃을 멍하게 바라보는 일

  문을 열고 나서면서 허리 숙여 채송화를 쓰다듬어 보는 일

  호미를 들고 백리향의 나아갈 길을 만들어 주는 일

  햇볕에 바짝 마른 천인국이며 버들마편초의 씨앗을 훑어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두는 일

  우창꽃 줄기를 잘라 물병에 꽂고 칸나의 구근을 캐 창고로 들이는 일

  그래서 함께 겨울을 견디는 일 땅이 녹기를 기다리는 일

  사실은 이런 일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그날 당신이, 지나가는 말처럼 ‘선생님을 만난 씨앗은 참 좋겠어요’ 라고 한 이후로 나는 꽃밭에 들어서면 궁금한 것들이 많아져서는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

   피재현  ppppp2001@hanmail.net

​​

​​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