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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1
벽에 그려진 기억들
저렇게
별 볼 일 없는 영혼은
담장이나 외벽에 얼굴로 그려지는가
선사 시대
바위나 고인돌에 얼굴을 새긴 부족 같다
그이들 영혼에 새겨진 유전 인자가 펼친 주술행위다
거대 자본의 사악한 기운을 막으려는
주인장의 초상화이거나
신라 적에 들어왔던 처용의 후손이거나
검은 스프레이로 그려낸 큰 이빨
이빨에서 튀어나오는 철거민의 구호들
즐비한 고층아파트가
소리들 잡아먹는 회음벽을 치고
한낮의 햇살과 그림자까지 낚아챈다
사건 현장에 테두리 치듯
노란 테이프가 그이들의 반란을 잠재운다
추방에 의해 껍질이 벗겨진 이름들
그라피티로 그려져 얼룩진 얼굴들
떠난 육신은 볼 수 없지만 기억은 돌아본다
추방된 자의 얼굴이든 파괴자의 상징이든
혼불이 떠돌다가
새끼꿩의비름 꽃대를 꺾고 색비름의 빛깔을 불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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