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1

오늘의 날씨

 

 

꿈을 꿨지

 

당신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동전같이 작고 동그란 꿈 손가락을 꼼지락거릴 때마다 찰랑거리는 경박하고 소란한 꿈 사나흘 앓고 일어나 빈 포대 같은 몸으로 담배 한 대 피워 물때처럼 몽롱하고 현기증 나는 꿈 이게 꿈인지 생신지 헷갈리느라 깨야 할지 닥치고 잠이나 자야 할지 모르겠는 대략 난감한 꿈

 

그때 하늘에선 구름을 타고 마술사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당신이 호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획 공중에 던지고 손바닥을 펼쳐 그게 앞면인지 뒷면인지 확인하는 동안 앞면이면 어떻고 또 뒷면이면 어때 그게 뭔 대수냐며 투덜대는 동안 마술사는 완성하지 못한 주문을 연습하느라 하늘은 온통 난장판이었는데 비가 내리다 눈이 내리고 번개가 치더니 태양과 달과 별이 동시에 떠 이게 낮인지 밤인지 똥인지 된장인지 도통 모르겠는 그런 하늘을 당신은 올려다보고 있었지

 

당신의 십 원짜리 동전 같은 눈과 마주친 마술사의 눈은 순간 난처하고 쪽팔리고 화가 나서 허둥지둥 주문을 외우는데 잠시 후 끔찍한 폭우가 쏟아져 세상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고 뻘쭘해진 마술사는 자기도 모를 또 다른 주문을 외우는데 그러자 땅 위에 종족들이 목에 핏대를 세워 쌈박질을 시작하고 세상은 온통 불길에 휩싸였는데 당신은 어제 마신 술이 덜 깨 머리는 빠개질 거 같고 목말라 죽을 지경이었는데 간신히 정말 간신히 이게 뭐냐면서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냐면서 마술사에게 한마디 하지

 

오늘의 날씨는 언제 완성되는 겁니까?

​​​

​​

서상민  ssm8672@hanmail.net

​​

​​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