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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금오름 분화구에서 서울을 노래하며 춤추는*

 

 

   누나는 경기도 부천에 살았다. 부천은 원래 복숭아가 많이 나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공업도시이다. 이촌향도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생긴 도시 중 하나가 부천이다. 부평의 '부'와 인천의 '천'을 따서 도시 이름이 되었다. 서울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을 정도로 급격하게 팽창했다. 양귀자 소설 『원미동 사람들』(문지, 1987)의 무대가 되는 실제 지명 원미동이 있다. 소설에서는 ‘멀고 아름다운 동네’라는 뜻을 그대로 해석했다. 이창동의 영화 ‘밀양’은 원래의 한자를 바꿔 묘한 느낌을 줬는데, 원미동은 이름부터가 소설적 배경과 잘 어울린다. 고향을 두고 모인 사람들의 동네가 멀고 아름다운 곳이라니.

   누나는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에 살았다. 처음 누나네 집에 찾아갈 때의 일이다. 지하철을 타고 부천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탔다. 누나가 알려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하지만 낯선 동네라서 방향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누나가 전화를 받고 설명을 했다. 나는 그 설명을 듣고 헤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허탈해하며 횡단보도를 건너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상하게 없는 번호라는 기계 음성이 들렸다. 나는 번호를 잘못 눌렀나 싶어서 거듭 눌렀는데, 계속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나는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할 수 없이 다시 걷다가 다른 공중전화 부스가 보여 들어가서 전화를 걸었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누나가 받았다. 집 근처였다.

   동물원의 노래 ‘유리로 만든 배’를 흥얼거리며 누나네 집으로 갔다.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거리에 흐르는 사람들/ 물결에 흘러가고 있네” 누나네 집에 도착해 오는 길에 있었던 일을 말하니 누나는 서울과 경기도 경계 구역이라서 그럴 거라고 말했다. 길 하나 건너 서울과 경기도로 나뉘니 서울과 경기도 지역 번호를 눌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경기도 누나네 집에 도착했다.

   일찍 결혼해 평생 플라스틱 공장에서 경리로 일한 누나는 어느덧 사장 다음으로 오래 일한 직원이 되었다. 누나는 사장보다 본인이 회사 일을 더 잘 안다고 내게 여러 번 말했다. 누나는 평생 소원 중 하나가 서울로 들어가 사는 거였다. 마침내 허름한 아파트이긴 하지만, 서울시 신월동에 살았다. 하지만 몇 년 못가 이혼하고 다시 부천시 원종동으로 이사했다.

   서울에 가면 주로 가는 곳이 종로, 인사동, 경복궁, 혜화동 등이다. 더 다른 곳도 있을 텐데 마치 징검돌처럼 갔던 곳만 지나게 되는 것 같다. 제주에서 비행기 예매를 할 때 도민할인이 된다. 하지만 인터넷 할인가격이 적용되면 도민할인은 무용해진다. 도민이면 제주도 관광지에 들어갈 때 할인이 되는 혜택 말고 좋은 게 뭐가 있을까. 가끔씩 서울 갈 일이 생기는데, 대부분 그곳이 중심이어서 모여야 할 때이다. 그냥 여행으로만 서울에 간 적은 드물다.

   경기도 광명시에 기형도문학관이 있어서 경기도가 좀 폼 난다. 서울 청운동엔 윤동주문학관이, 서울 방학동엔 김수영문학관이 있긴 하지만. 제주에서 서울에 가려면 몇 달 전에 비행기 예매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왕복으로 끊어야 한다. 서울은 멀고도 아름다운 곳이니까 오래 머물면 너무 많은 바람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사흘 넘지 않게 서둘러 돌아와야 한다. 이젠 인서울하기엔 나이도 너무 많이 들었구.

 

 

 

* 가수 이효리 노래 ‘서울’ 뮤직비디오 장면에서 참고했다.

 

 

- 문학웹진 ‘산15-1’ 산지기 현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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