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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
더 매서운 눈들이 쏘아대는 날
이호국민학교에 모인 사람들
시커먼 총구보다도 무서운
콩 볶는 소리보다도 무서운
그것은 손가락이었다
손가락이 무서워 감은 눈
정수리와 마주치는 손가락
끝에 깃든 죽음이
정수리 숨구멍으로 쏘아져 들어가면
받아들이는 사람들
손가락의 힘은
어둠과 거짓과 폭력에서 나오는 걸
살아남은 사람들의 머릿속 깊은 자리
낙인으로 박혔다
손가락은 어디에도 있다
칠십오년이 넘어도 사라지지 않는 악몽들
손주들의 손가락이
할머니를 가리킬 때마다
흔들리는 눈동자
손가락의 힘을 기억하고 있다
학교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잊혀가도
손가락은 남아있다
보이지 않아도 어디에도 있다
누구의 손가락인지 모를 공간 속
오늘도 누군가를 가리킨다
손가락의 힘은
그때부터 커진 건지도 모른다
오광석 oks2237@hanmail.net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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