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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그리고 90
첫눈 오는 구 세무서 8호 광장 사랑약국
구순 노인 일기장인 듯 처방전 건넨 지 5분
사십 대 미소 띤 약사 약 나왔다고 부른다
다가가 모자 벗고 구십 도로 절하는 노인
복용법 듣고 약 챙기고 한 번 더 모자 벗어
구십도 인사 또 하고 뒷걸음질로 나간다
약국 앞 횡단보도 위 느린 보폭 노인 뒤로
창문 너머 내 눈길이 쫓아가며 묻는다
"고개를 숙이는 건 여민다는 뜻, 맞죠?"
말다툼 한번 없이 생의 산맥 넘어왔을
그 잔잔함에 휘청인 날 옆 학생이 슬쩍 본
그 아침, 내 굳은 각을 꺾어 나도 따라 여민다
조한일 hanilcho@hanmail.net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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