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일기예보

​​

꽃잎 휘날리는 봄입니다

성음상회 지나 신라라사에 접어들 즈음

섭리는 계절의 변명이므로 주먹을 쥐어야 합니다

진부한 발걸음은 생명의 고귀한 기능

가로수길에선 근육질의 포유류가 알을 까고

바람이 갑각류의 파편으로 반짝이는 것은

등을 움츠리는 이유가 여럿인 까닭입니다

한 번도 떠오르지 않은 섬으로 가는 기차는

몇 번이고 연착되었습니다 추워서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이곳은 푹 꺼진 산입니다

북으로 가는 고기압이 속씨식물을 토해내면

이곳은 꽃잎 휘날리는 봄입니다

아닙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귀갑을 그립니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을 놀이는 기하학을 닮고

본전도 찾지 못한 몇 번의 연애는

방백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외로움의 구멍에 발목을 접질린 영혼들은

기어이 석양의 뒤편까지 가려나 봅니다

가만히 따라가면 꽃잎 휘날리는 봄입니다

아닙니다 나는 다시 노련해야 합니다

당신의 상상이 버무려진 헛손질로 무지개를 켜는 날엔

또 한 번 까무룩 태어날 테니

 ​​

이재 3llll@naver.com

 

 

 

 

 

​​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봄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