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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시인네 집
고향집은 아니고
여러 번 이사 끝에 처음으로
집을 장만했다더라.
지금은 구순 어머니 혼자 사는데,
가장자리에 심었던 수국이 점점
물결치면서 번지더니
어느 해부터는 텃밭을 가득 덮었다더라.
돌담 옆에는 처음으로 집을 산 기념으로
남동생이 심었다는 살구나무가
봄이면 살구꽃이 하얀 바다를 이룬다는데,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남동생은
법환 바다에서 잠들었고,
하늘과 내통하는 남보라색 수평선에서*
밀려오는 저녁 밀물이 한라산을 넘어
집까지 들어와 파도소리가 들린다더라.
그런 날에는
늦은 저녁까지 어머니가 평상에 앉아
대문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다더라.
요즘 들어 부쩍
전화를 자주 하신다는 어머니가 사는 집에
시인이 토요일에 갔다가
일요일에 썰물처럼 나온다더라.
나뭇가지 사이로 샛별이 흔들린다더라.
수국이 물방울을 머금고
먼 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더라.
발소리 낮춘 파도소리가
사알사알 들린다더라.
*강은미의 시 「달이 한참 야위다」 중에서
현택훈 traceage@naver.com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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