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코딱지
노수미
“흥흥.”
아기 고래 금동이는 계속 코를 킁킁거렸어요. 커다란 코딱지가 콧구멍을 꽉 막고 있었거든요.
“흐으응.”
금동이는 있는 힘껏 코를 풀었어요. 코딱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금동이는 가슴지느러미를 들어서 움직여 보았어요. 콧구멍 근처까지 가지도 않았어요. 금동이의 콧구멍은 머리 위에 있거든요.
‘이게 다 이상한 해파리 때문이야.’
금동이는 아까 먹었던 것을 떠올렸어요. 하얗고 둥실둥실 떠다니길래 해파리인 줄 알았어요. 덥석 삼켰는데, 맛이 좀 이상했어요. 질겨서 씹을 수도 없었어요.
‘엄마가 불량 식품은 먹지 말라고 했어.’
금동이는 이상한 해파리를 뱉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딸꾹질이 터져 나오지 뭐예요. 그러다가 그만! 이상한 해파리가 콧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 거예요.
“뭐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금동이의 심장이 벌렁거렸어요. 마리가 금동이를 보고 웃고 있었거든요. 마리는 커다란 눈을 가진 여자 고래예요.
“아니야. 아무것도.”
금동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여자애들은 코딱지 얘기나 하는 더러운 남자애를 싫어하니까요.
“뭐가 아니야? 너, 코딱지 파려고 했지?”
마리는 커다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금동이를 바라봤어요. 금동이의 얼굴이 불가사리처럼 빨개지고 말았어요. 천하의 눈치 여왕 마리를 피해갈 순 없었나 봐요.
“나 원래 코딱지 같은 거 안 파는데……. 그런데 이상한 해파리가 들어가서…….”
금동이는 마리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말했어요.
“어디 한번 봐봐.”
마리가 금동이의 머리 위로 냉큼 올라가더니, 한쪽 눈을 금동이의 콧구멍에 가져다 댔어요. 금동이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어요.
“어? 진짜 이상한 해파리네.”
마리도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너, 숨은 쉴 수 있겠어?”
금동이는 한숨을 푹 쉬었어요. 곧 물 위로 올라가 숨을 쉬어야 하는데 코딱지가 꽉 막고 있으니 말이에요. 금동이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어요.
“안 되겠다. 우리 문어 아저씨한테 가보자.”
“문어 아저씨?”
“어. 한번 붙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바다의 강력 접착제 말이야.”
금동이는 어린이날 문어 아저씨의 차력 공연을 봤던 기억이 났어요. 양손의 빨판을 바다거북의 등딱지에 딱 붙이더니 바다거북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 아니겠어요. 문어 아저씨의 강력 빨판이라면 이상한 코딱지는 금방이라도 빠질 것만 같았어요. 마리와 금동이는 서둘러서 문어 아저씨네 집을 찾았답니다.
“아저씨! 아저씨!”
마리가 집 밖에서 큰 소리로 아저씨를 불렀어요.
덜컹!
아저씨네 집 문이 확 열렸어요. 그런데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바다의 말썽꾸러기 ‘뭉치’가 아니겠어요!
“우리 아빠 없는데.”
뭉치는 자다 깼는지 눈곱이 잔뜩 낀 얼굴로 말했어요.
“그래? 그럼 다음에 올게.”
금동이는 몸을 획 돌렸어요. 금동이 코에 왕 코딱지가 있다는 것을 뭉치가 알게 되면 안 되니까요. 바다 전체에 더러운 애라고 소문이 날 거예요.
“너한테만 얘기해주는 건데 말이야. 금동이 코에 커다란 코딱지가 있는데 안 빠진대.”라고 하면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게 뻔했어요.
아! 그런데 이를 어쩌죠? 마리가 금동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뭉치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해 버렸지 뭐예요. 금동이는 마리가 살짝 미워지려고 했어요.
“그래?”
마리의 말을 들은 뭉치가 갑자기 금동이의 머리 위쪽으로 냉큼 올라갔어요.
“야! 내려와!”
금동이는 고개를 위아래로 몇 번 흔들었어요. 그러나 뭉치는 금동이의 머리 위에 빨판을 딱 붙여 버리고는 한쪽 눈으로 콧구멍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야! 뭐해!”
금동이가 소리를 빽 질렀어요. 뭉치가 어느새 자기 다리 하나를 금동이의 콧구멍 안으로 집어넣고 있었거든요.
“기다려봐. 내가 꺼내줄게.”
뭉치는 나머지 일곱 개의 다리로 금동이의 머리를 꽉 붙들었어요. 금동이는 로데오를 하는 성난 황소처럼 온몸을 흔들어댔어요. 그러나 뭉치는 신나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콧구멍 안으로 다리를 집어넣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와! 엄청 깊이 있네. 나뭇가지 같은 게 있으면 좋은데.”
뭉치는 금동이가 얼굴을 찡그리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얼굴에 대고 뭔가를 생각하는 척했어요. 그러다가 손뼉을 ‘짝’ 치는 게 아니겠어요.
“이 천재 뭉치님만 믿어. 내가 금방 갔다 올게.”
뭉치는 이렇게 말을 남기고는 휭하니 바다 위로 올라가 버렸어요.
“야! 어디가?”
금동이와 마리는 황급히 뭉치를 따라갔어요. 뭉치가 또 사고 칠까 봐 걱정되었어요.
“어? 저긴!”
바다 위쪽으로 헤엄쳐 올라가던 금동이와 마리는 그 자리에서 멈췄어요. 뭉치가 도착한 곳은 쓰레기 섬이었거든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마구 뒤엉켜 썩어가고 있는 죽음의 섬 말이에요. 쓰레기 섬 주변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어요. 쓰레기가 잔뜩 떠다녀서 빛도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파도가 칠 때면 온갖 색의 작은 조각들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기도 했어요. 어떤 쓰레기에는 해초들이 달라붙어 조금씩 자라고 있었어요.
“가면 안 돼!”
마리가 금동이의 앞을 막아섰어요. 천하의 여장부 마리도 쓰레기 섬은 무서운가 봐요.
“쓰레기 섬에는 거지 귀신이 산다는 얘기 너도 들었잖아.”
금동이는 마리네 할머니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쓰레기 섬에 갔다 온 사람들이 다들 이상해졌다는구나. 배가 임신한 물고기 마냥 볼록한데도 늘 배가 고프대. 그리고 맨날 배가 아프다고 배를 만져달라고 그런다는구나. 뱃속에 거지 귀신이 들어가서 방방 뛰고 있으니까 그런 걸 게야.”
그날 아기 고래들은 쓰레기 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마리네 할머니와 약속을 했었어요. 그런데 뭉치 때문에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어쩌면 좋죠? 금동이와 마리는 거지 귀신이 달라붙을까 봐 오금이 저렸어요.
“뭉치 이 녀석은 왜 안 와?”
마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두 눈을 두리번거렸어요. 소리를 내면 거지 귀신이 당장이라도 들러붙을까 봐 무서웠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뭉치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얘들아! 짜잔. 내가 뭘 가져왔게?”
금동이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뭉치가 버려져 둥둥 떠다니는 부표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어요.
뭉치는 금동이를 보자마자 한 손에 든 것을 자랑스럽게 흔들어댔어요.
“이게 뭔지 알아?”
뭉치는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웃었어요. 하얗고 길쭉한 물건인데 안이 텅 비어 있는 걸 보니 한눈에 봐도 사람들의 물건이었어요.
“이건 빨대라는 거야.”
마리의 얼굴이 갑자기 빨대만큼 하얗게 변했어요. 빨대라면 지난번에 거북이 할머니 코에 들어갔었던 무시무시한 물건 아닌가요?
“그런 위험한 물건을 금동이 코에 넣겠다는 거야?”
마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금동이 코에 들어갔다가 거북이 할머니처럼 되면 어쩔 건데!”
마리는 뭉치한테서 빨대를 뺏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그러나 빨대를 꼭 쥐고 있는 뭉치의 손이 더 빨랐어요.
“네가 뭔데 안된다는 거야? 그 코딱지 네 거야?”
뭉치도 지지 않았어요. 빨대를 뺏으려는 마리와 절대로 빼앗길 수 없다는 뭉치가 몸싸움을 시작했어요. 그러나 금동이는 아까부터 말이 없이 얼굴만 퍼렇게 변해가고 있었어요. 숨을 쉴 때가 한참이나 지나버렸거든요.
“하…… 한번 해보자.”
마리가 놀라서 동그래진 눈을 하고는 금동이를 바라봤어요.
“미쳤어?”
“나, 너무 오래 숨을 안 쉬었어. 숨 막혀.”
금동이의 얼굴은 퍼렇다 못해 점점 검어지고 있었어요.
“빨대는 너무 위험해. 그냥 바다 위로 올라가서 숨을 한번 크게 쉬면 코딱지가 빠질 수도 있잖아.”
마리가 금동이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금동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숨을 크게 쉬었는데도 코딱지가 안 빠지면? 더 깊이 들어가 버리면 어떻게 해?”
금동이는 더 나빠질 것만 같아서 무서웠어요. ‘희망을 품고 바다 위로 올라갔는데 코딱지가 빠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금동이의 얼굴이 점점 까매지는 것을 보다 못한 마리가 옆으로 물러섰어요. 뭉치가 단박에 금동이의 머리 위로 올라갔어요.
“들어간다! 들어간다!”
뭉치는 신이 났는지 박자까지 맞추며 빨대를 집어넣기 시작했어요. 금동이의 심장이 콩닥거리며 뛰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의 물건을 코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하니 몸이 저절로 굳었어요.
“조심해!”
마리는 뭉치가 실수할까 봐 빨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어요.
“너나 잘해!”
뭉치는 마리를 향해 눈을 한번 부릅떠주고는 빨대를 집어넣는 걸 계속했어요.
“어어. 나온다!”
뭉치의 입에서 반가운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빨대가 왕 코딱지의 끝부분을 당기자 코딱지가 조금씩 나왔어요. 마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어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금동이가 아까부터 코를 간질이는 빨대 때문에 터져 나오려는 재채기를 참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지요.
“아……. 아……. 아! 에취.”
금동이가 바나나처럼 온몸을 구부렸다가 펴면서 재채기를 하고 말았어요. 그 충격 때문이었을까요? 뭉치가 금동이의 머리 위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어요.
“그…… 금동아.”
금동이는 뭉치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노…… 놓쳐 버렸어.”
“뭘?”
금동이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뭉치가 놓쳤다는 것이 설마…… 빨대?
마리가 갈치 같은 눈을 하고는 뭉치한테 따져 묻기 시작했어요.
“빨대도 제대로 못 잡냐?”
“왜 나만 갖고 그래? 쟤가 재채기했잖아!”
“바다 최고의 빨판이라며? 이제 어쩔 거야?”
나리는 뭉치를 향해 ‘다다다다’ 말을 내뱉었어요. 금동이는 화를 낼 힘도 없었어요. 마지막 희망이었던 빨대까지 콧구멍 안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이제 어쩌죠? 왕 코딱지에 빨대라니. 금동이는 이대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걸까요?
‘풍덩’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왔어요. 금동이와 마리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어요. 사람들의 커다란 배가 쓰레기 섬 옆에 와 있었어요. 그리고 바다로 물건들을 마구 버려대고 있었어요.
“저게 뭐야?”
뭉치는 눈을 끔뻑이며 혼잣말을 했어요.
“다들 피해.”
마리가 순식간에 금동이의 몸을 밀었어요. 금동이가 있던 자리 위로 초록색 물건이 떨어졌어요. 낡디 낡아 여기저기 색이 벗겨진 그물이었어요.
“금동아, 괜찮아?”
금동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어요. 안도의 한숨을 쉬는 마리와 금동이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얘들아! 나 좀 살려줘!”
뭉치였어요. 금동이는 고개를 숙여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어요. 뭉치가 그물에 갇혀 바다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뭉치는 그물 사이로 다리를 집어넣고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지만 여덟 개나 되는 다리들은 제각각 다른 구멍에서 버둥거릴 뿐이었어요.
“쟤는 왜 사고만 치니?”
마리가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로 짜증을 냈어요. 그러나 짜증 섞인 목소리와는 달리 몸은 이미 뭉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죠.
마리는 뭉치를 덮고 있는 초록 그물을 물어뜯기 시작했어요. 금동이도 마리를 따라 했죠. 그러나 이를 어쩌죠? 고래의 이빨은 그물을 끊어낼 만큼 강하지가 않았어요. 마리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어요.
뭉치도 그물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렸지만, 그물에 피부가 쓸려 쓰라린지 온몸을 한껏 움츠릴 뿐이었어요.
“나…… 죽는 거야?
바다의 말썽꾸러기 뭉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거웠어요.
숨을 쉴 수 없어서 정신이 몽롱해졌던 금동이는 죽는다는 말에 흠칫 놀랐어요. 쓰레기 섬에 산다는 귀신이 이번에는 뭉치를 잡아가려고 하는 걸까요?
“죽다니! 누가 죽어!”
금동이는 뭉치를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그리고는 자기 소리에 자기가 놀라 흠칫했어요. 자기 입에서 이런 큰소리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내가 꼭 살려줄게.”
금동이는 뭉치의 다리 위로 자기 가슴지느러미를 가져다 대며 몇 번 두드렸어요.
“어쩌려고?”
마리는 금동이가 지금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뭉치를 살려야지.”
금동이는 뭉치의 밑으로 헤엄쳐 들어갔어요. 그리고 등 쪽으로 뭉치와 그물을 살며시 들어 올렸어요,
“바다 최고의 빨판이랬지? 그럼 내 등에 네 빨판을 힘껏 붙여봐!”
뭉치는 금동이가 하는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어요. 자기까지 그물에 들어오겠다는 뜻일까요? 그렇지만 뭉치는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 금동이는 제 목숨을 걸고 뭉치를 구하려 한다는 것을요. 그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금동이가 하라는 대로 해야 둘 다 살 수 있다는 것을요.
금동이는 몸을 무지개처럼 휘더니 그물 안으로 등을 밀어 넣었어요. 어부바를 하는 아빠의 등처럼 동그래진 등 위로 뭉치가 올라탔어요. 그리고 빨판을 금동이의 등에 힘껏 눌렀죠.
“뭉치야. 꽉 잡아!”
금동이는 수면 쪽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몸을 똑바로 세운 채, 물 위로 쏜살같이 헤엄쳐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쓰레기가 뒤덮고 있는 바다는 깜깜했어요. 빛조차 거의 들어오지 않았어요.
파앗!
금동이가 물 위로 붕 떠 올랐어요. 그리고 배를 하늘 쪽으로 뒤집으며 등을 활처럼 구부렸어요. 그리고 텀블링하듯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어요. 그물과 금동이의 몸에 공간이 조금 생기자 금동이는 꼬리지느러미로 있는 힘껏 그물을 걷어찼어요. 그물은 비스듬하게 날아가 떨어졌어요.
“고래다!”
쓰레기를 열심히 버리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금동이를 보려고 몰려들었어요. 금동이는 사람들의 배를 슬쩍 본 후,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뭉치를 안전한 곳에 내려주고는 정말 말 그대로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수면 위로 솟구쳐 날아올랐어요.
“피유우욱!!!”
금동이는 그동안 가둬두었던 숨을 깊이 내뱉었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참았던 숨인지 뱃고동 소리처럼 길게도 뻗어 나갔죠. 금동이의 콧구멍에서는 엄청나게 높은 물기둥이 파란 하늘을 향해 높이 높이 올라갔어요.
아! 저게 뭔가요? 거대한 물기둥과 함께 금동이를 간질거리던 빨대와 코딱지가 함께 빠져나온 게 아니겠어요.
금동이의 코딱지는 나풀나풀 날아 금동이를 보려고 몰려있는 사람들의 배 위로 날아갔어요. 사람들은 자기가 먼저 코딱지를 잡으려고 서로 밀치고 잡아당기며 난장판을 만들었어요.
“잡았다!”
한 사람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금동이의 코딱지를 낚아챘어요. 그리고 코딱지를 딱 펼쳤죠.
“친절 마트?”
코딱지를 붙잡은 사람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금동이는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금동이의 코딱지는 아주 친숙한 것인가 봐요.
그 모습을 본 금동이는 사람들의 물건을 사람들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금동이와 마리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꼬리지느러미로 튕겨서 사람들의 배로 도로 던져넣기 시작했어요.
“탁! 툭!”
농구공이 골대에 들어가듯 쓰레기들은 사람들의 배로 정확히 들어갔어요. 사람들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쓰레기 더미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았어요. 다들 소리 지르면서 이리저리 도망갈 뿐이었어요.
자연의 것은 자연에게, 사람의 것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었어요. 모든 게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