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김진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숲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이미 생명이 다한 그 나무는 잎이 나지 않아 나뭇가지들만 앙상하게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나무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한 마리 새가 집을 짓고 살았다. 땅에 떨어진 작은 가지들을 부지런히 주워다 만든 집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놓여 있었다.
어느 날, 함께 지내다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난 친구가 찾아왔다. 그 친구는 자신이 새로 마련한 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우리집 나무는 얼마나 튼튼한지 몰라.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니까.”
새는 태풍의 강한 바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것 같은 집을 꼭 잡고 있어야 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집을 지은 나뭇가지가 부러질 걱정도 전혀 없어.”
새는 몇 해 전 집을 지은 나뭇가지가 그만 부러지면서 애써 지은 집이 땅에 떨어져 버렸던 것이 생각났다. 친구의 자랑이 이어졌다.
“집은 아주 단단한 나뭇가지로 지었지. 어찌나 단단한지 아무리 쪼개도 부러지지가 않아. 이런 약한 나뭇가지와는 비교도 안 되지.”
친구가 가장자리에 있는 나뭇가지를 쪼았더니 금세 부서지고 말았다. 새는 나뭇가지를 구하기 위해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것이 생각났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나뭇가지였는데 너무 쉽게 부서지는 것을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이나 친구의 집 자랑은 계속되었다.
“한 번 놀러오면 너도 당장 이사하고 싶어질 걸.”
그 말을 끝으로 친구는 돌아갔다. 새는 그날따라 자신의 집이 초라해 보였다.
얼마 후 새는 친구의 집을 찾아갔다. 친구가 사는 곳에는 회색의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그 나무들은 키도 똑같고, 몸집도 똑같고, 색깔도 똑같았다. 회색 나무는 줄기만 있고 나뭇가지가 없었다. 친구의 집은 나무 꼭대기에 있었다.
“어서 와. 여기야. 하늘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지.”
친구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집을 보여주었다. 그 집은 새가 처음보는 단단한 나뭇가지들로 되어 있었다. 아무리 쪼아도 부서지지 않았다. 마침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정말로 회색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새는 친구가 부러웠다.
“나도 이곳에 와서 살 수 있을까?”
“그럼 물론이지. 당장 옆 나무에 살면 돼. 줄을 타고 걸어서도 오갈 수 있어.”
친구는 검은 줄로 이어져 있는 가장 가까운 회색 나무를 가리켰다. 새는 이곳으로 이사만 오면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나무에서 집이 떨어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탕’ 하는 소리가 났다.
새는 깜짝 놀라 재빨리 날개를 펴고 푸드득 날아올랐다. 그런데 친구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새는 놀란 마음을 달랜 뒤에 다시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친구의 집이 있던 회색 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빨갛게 생긴 팔이 늘어나더니 친구의 집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후 친구의 집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요즘 저 새집들이 문제라니까. 전봇대에 쇳조각으로 집을 지어놓으니 정전이 될 수밖에 없지. 그냥 두면 민원이 계속 들어오거든. 빨리빨리 없애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