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밤이 깊을수록

광화문 집회 후

예술행동에서 시낭송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귀가길

종로3가 전철역에서

인천행 막차를 기다리다

말씨나 입성이나 눈빛이

깔끔하고 분명해 보이는

간석에 산다는 초로의 여인과 인사를 나누게 됐는데

헌재 앞에 다녀오는 중이라고

그 흔한 노란리본도 보라리본도 찾아볼 수 없는 그녀가

파면을 외쳤을까

기각을 외쳤을까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첨예한 대립의 언쟁이 떠올라 말을 아꼈다

교회를 다닌다는 그녀도 그러했는지

막차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란 말이 오갔고

침묵은 지하터널만큼 깊고 어둡게 흘렀다

막차가 도착했고 우리는

각자 빈자리를 찾아

냉골이 된 가슴을 데우러

집으로 향했다

 

그저 평화롭고 싶었다

 ​​

강수경  kkisskk@naver.com​​​

 

 

​​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여름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