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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그늘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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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되자 연일 폭염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 횡단보도 옆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올려다본 건물 위 스크린판에는 제주도정의 정책을 홍보하는 영상이 한창이다. 시원한 공간이 간절한데 제주는 뜨겁다.

  한화 이글스가 KBO 리그에서 1위를 질주 중이다. 10연승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모처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한화 팬들은 1999년 우승 이후 두 번째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축구팀 제주 SK도 아니고, 무슨 말인가 하겠다.

  제주에서는 회천에 있는 한화 리조트 정도가 한화와의 인연인데, 최근 그 한화가 제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한화시스템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옛 탐라대학교 부지는 한화 우주센터로 불리며 하원테크노캠퍼스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 중이다.

  제주가 우주산업의 전초기지가 되는 그림이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라는 이름으로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주 한화 우주센터는 한국 민간 우주산업의 상징적인 잠재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인프라 구축, 인력 확보, 상용화 전략, 지역사회와의 조화 등 다각적인 문제가 남는다.

  더구나 한화는 상가리에 40만 평 가까이 되는 대규모 복합관광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중산간 지역으로서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 속해 있어 사실상 개발이 제한된 곳인데, 우주산업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정은 도심항공교통(UAM)에 관심이 많다. 2028년에는 5인승 관광형 미래 모빌리티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에어 택시이다. 이미 2023년에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협력 중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시험 비행을 시도하는 단계이며, 상용화하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가 있다. 이용료가 무척 고가일 것이며, 회전익 항공기이기에 이착륙을 할 때 소음이 우려된다. 그리고 사전에 예약제로 할 텐데, 기상 악화 시 운항이 불가하며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이 있다. 과연 이 섬 안에서 누가 에어택시를 이용할까.

  더욱이 조비는 매출이 거의 없고,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으로 인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위험성을 내포하지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기면서 관련 주식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문학은 제주의 미래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난개발로 인해 제주다움을 잃어버리는 문제는 미래까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인공지능, 기후 변화, 디지털 문화 등 첨단 사회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감성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문학의 질문이 필요할 것이다.

  제주도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제2공항 사업을 둘러싸고 큰 갈등을 겪었다. 한화 우주센터, 에어택시, 복합관광단지 등은 미래의 제주로 추진되지만, 실제로는 환경파괴, 지역사회 갈등,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문학은 미래 속 인간성의 자리를 묻는다. 올여름의 폭염 역시 기후 위기의 증상인 것으로 본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여 전력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 고온으로 인해 수확량이 급감해 식량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

  제주 바다는 수온 상승이 이루어지면서 아열대화 영향으로 어장 형성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우리 어장 지도는 크게 바뀌었다. 제주 바다에서 아열대 어종이 발견된다. 올해 여름 제주바다에는 푸른우산관해파리가 뒤덮였다.

  제주의 미래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더운 여름, 문학이 미래 제주의 낭그늘이 될 수 있을까. 낭그늘에서 건불리듯 문학은 늘 바람이었다.

 

 

  - 2025년 여름. 문학웹진 ‘산15-1’ 산지기 현택훈

2025 여름

한라산

문학웹진 <산15-1>은 제주 한라산의 주소에서 이름을 딴 제주 기반의 계간 문학 웹진입니다. 섬과 산이 가지는 상징을 문학의 바다에서 풀어보고자 2017년 제주문학동인 ‘시린발’에서 출발하여, 시옷서점과 제주도 내 개발자 모임의 도움으로 산15-1에 도달하였습니다. 계절마다 발행하며, 내부 필진과 외부 필진의 작품을 골고루 수록하고, 때로는 의미 있는 작품을 재조명하기도 합니다. ‘산15-1’은 소외된 시간과 공간을 묵묵히 견디며 글을 쓰는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를 응원합니다.

만드는 사람들

등짐꾼 : 김신숙(시인)

​산지기 : 김진철(동화작가), 김혜연(시인), 오광석(시인), 이재(사진작가), 현택훈(시인), 홍임정(소설가)

​디자인 및 편집 : 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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