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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발냄새 연구회*

어쩐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고 여린 것의 냄새에 대해

 

냄새, 코를 찌르는

냄새 눈이 따가운

냄새 상상만으로도 침 고이는

냄새 숨이 막히는 냄새

 

어떤 냄새는 가벼워서 자꾸만 위로

달아나고 어떤 냄새는 무거워서

바닥으로 한없이 곤두박질치고

냄새만으로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잊으려 몸부림칠수록 노골적으로

선명해지는 기억처럼 어떤 냄새는

지우려 할수록 점점 짙어지는데

 

말보다 가장 먼저 마음에 닿는

 

냄새로 심장에 붙은 불을 끄거나

공포에 휩싸인 누군가의 눈동자를

환하게 밝힐 수도 있다

 

비 오는 날 마른 흙이 뱉어내는

지오스민**처럼 익숙하고 다정한

 

냄새, 작고 여린 발은 알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부터

왔다가 낮은 곳으로 돌아가는

 

사랑 혹은 혁명의 흔적

 

빚이면서 빛인

 ​​

​* 2024년 12월,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등장한 깃발.

** 토양 속 박테리아(스트렙토마이세스)가 생성하는 흙냄새의 주성분으로 빗방울이 땅에 닿을 때 공기 중으로 방출되어 냄새가 퍼진다.

오성인  poetryvirus@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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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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