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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을 나서며

어디가 아프다고 해야 하나

처방전도 없이 약국 앞에서

간판만 쳐다보는 내가

 

꽃이 핀다고 귀뚜리 운다고

부질없다고 화안하다고 적요하다고

마음을 보냈던 그 많은 날들에

바르는 약 먹는 약 붙이는 약

 

약만 먹으면 낳는 약

 

아마 나는 어쩌면 너는

그렇게 서로를 잃었는데

 

눈빛이 머무르던 자리가 아프다고 해야 하나

조용조용 떠나간 뒷모습이 저리다고 해야 하나

어떤 약은 보기만 해도 가여워 지는데

 

거기 당신없이

아팠던 날들은 여전히 아플

 

불이 켜지는 약국 안

낳음의 약속들이 벽에 진열된

그게

무슨 약인지도 모르면서 사들고 걸으며

 

누웠다 일어나면 아무 일 아닐꺼다

효능의 윤회를 믿는 밤

 

비닐봉지에서 바스락 거리는

글쎄…… 글쎄들

 ​​

강영란  ran8341@hanmail.net ​​​

 

 

​​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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