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 울지 마라
한 달 전에 당근에 검은색 싸구려 기타를 팔았다. 기타의 주인은 2층에 살던 조카였는데 우리 집 창고에 틀어박힌 지 족히 칠팔 년은 되었으리라. 소리도 둔탁하고 기타 줄도 낡았다. 나는 기타를 배워 볼 요량으로 그걸 들고 내 방으로 가지고 와서 기타 줄도 새걸로 갈고 손을 봤다.
나는 군대 가기 전에 기타를 약간 쳐 봤던 경험이 있어서 줄을 튕겨보면 그 기타의 상태가 어떤지 정도는 구별해 낼 수 있다. 나는 기타에 박혀 있는 indie라는 상표를 가진 검은색 기타를 검색해봤으나 특별날 게 없었던 것 같다. 현재까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여동생이 생활도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제 아들들에게 좋은 물건을 사줬을 리 만무하다. 조카 둘에게 사줬던 두 개의 기타 중 하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서져서 진즉에 사라져 버렸고 남은 것이 그것이었다.
기타 소리가 좋지 못했던 까닭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탓으로 기본적으로 떨림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애당초 기타 주인이 음을 길들이지 못한 것도 허접한 기타가 되어버린 연유일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나름의 항목을 감안하여 2만 원에 내놨다.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성읍 쪽에 산다는 젊은이가 예약하고서 저녁에 찾아왔다. 그는 내게 5천 원만 깎아달라고 했다. 나는 또 찾아와 준 성의가 있으니 선선히 그러마고 응했다.
구입자가 기타를 사갔고 하루 지나 당근에 들어가 보니 그 젊은이가 다른 아이디로 그 기타를 다시 내놓은 것을 발견했다. 내게서 구매했던 바로 그 기타 말이다. 괘씸한 것은 가격을 7만 원으로 올렸다. 게다가 제품 설명에 영국제품이라고 적기했다.
피크로 기타를 스트로크 할 때 바디 아래를 받쳐주는 눈물방울 형태의 플라스틱이 떼진 자국이 있는 것으로 봐서 내가 팔았던 제품이 분명하다. 나는 설마 저렇게 엉성한 제품이 영국제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켠은 복답시러웠다. 조금 더 자세하게 제품에 대해서 알아 본 다음에 낼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감이 생겼다.
광고 탓인지 영국제 기타는 금세 구매자가 생겨났다. 그 후로 관심을 끄고 있었다. 이미 내 손을 지나 다른 사람에게 가고, 또 다른 사람에게 갔으니.
그런데 며칠 뒤 당근을 보는데 그 기타가 또 매물로 나온 게 아닌가. 두 번째로 산 사람이 아무래도 영국제 기타가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기타에 대한 판매 글은 매우 짧다. 영국제를 강조하는 문구도 없다. 파는 가격도 자기가 샀던 값보다 내려서 팔고 있다. 단 두 줄이다. 그 짧은 판매 글은 원 소유자인 내가 봤을 때는 판매자의 실망과 원망이 쌍으로 배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에효, 어쩌다 당신이 그 허명의 선진국 제품을 의심 없이 믿었던고.
저, 검은색 기타는 그 누군가, 손에 받아들고 차분히 줄을 튕겨보는 순간 정내미가 떨어지는 이상한 찰나를 경험한 것이다. 내가 그랬다. 그 첫 음에서 첫 감정이 생겨났던 순간은 실망 그 자체였다.
나는 그 기타가 다시 또 매물로 나올까 봐 두렵다. 당분간 검은색 기타가 당근을 순회할 것 같다는 예감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