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원석, 그림 송진욱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는 제주신화 <문전본풀이>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측간신인 클리너의 계략으로 화장실에 변기가 없어진 사건을 서현이 녹두생이와 함께 해결한다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서현은 제주도에 있는 할아버지댁에 가는 도중 벼락을 맞아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한다. 그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가 100일 만에 상처 하나 없이 깨어나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병원에서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에 서현이는 영혼이 몸에서 분리되어 녹디생이를 만나는 경험을 하면서 변신술과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
“순환, 즉 ‘소통’은 매우 중요하답니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배설, 즉 똥 누는 일이에요.”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변기 실종 사건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가는 우리가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행위가 순환의 과정이며, 이것을 소통으로 본다. 화장실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들을 배설하는 장소이다. 일정한 시간마다 배설을 하지 않으면 우리몸은 노폐물이 축적되어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배설은 우리몸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배설에 대해 터부시한다. 배설과 관련된 단어들에서부터 거부감을 보이고, 비위생적으로 여긴다. 작가는 이런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다. 변기 실종 사건을 일으킨 클리너의 목적인 “화장실의 할아버지 격인 측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일깨워 주고 싶었다”고 한다.
배설은 순환의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변기는 배설을 원활하게 해주는 도구이며, 변기의 실종은 순환의 과정에서 막혀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소통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소통이 단절되고, 빈부의 격차에 따른 경제적 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성별, 지역, 정치적 의견 등의 이유로 인한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불만만 계속 쌓이고 있다. 마치 변기가 실종된 조왕 아파트 주민들처럼 말이다. 이처럼 배설, 즉 순환의 문제는 사회의 소통의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소통이 단절되는 위험성을 변기 실종 사건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