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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음

​현설인  traceage@hanmail.net

고도현의 노래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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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론에는 ‘유사한 곡 듣기’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사람을 아주 편협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만든 방에 나를 가둔다. 그곳에서 세상 물정 모른 채 이죽이죽 웃으며 지낸다. 누구 노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연결된 노래가 ‘만감’의 노래였다.

  괜찮아서 팠다. 그랬더니 교집합을 이루는 인물이 있었다. 고도현. 그는 2015년에 데뷔했다. 그동안 유닛 활동을 꽤 했다. 앞에 언급한 ‘만감’은 이준호(와사비호텔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워낙 정보가 없어서 모르겠다. 그래도 신곡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댓글들은 더러 있다.)와 함께 만들었다. ‘INDOOR’는 약간 밴드 느낌이고, ‘만감’은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에 둔다. 포크락을 기반으로 한 솔로 활동을 하다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유닛 활동으로 해소하는 모양이다.

  ‘만감’의 ‘풍뎅이’는 시작할 때 “하나, 둘, 셋, 넷”하고 시작한다. “원, 투, 쓰리, 포”와 함께 이런 시작은 이제부터 노래가 들어간다는 신호이자 박자를 맞춰 노래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보통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하나, 둘, 셋, 넷”하고 나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누굴 약올리나. 의뭉스러운 노래라는 생각이 들다가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에 마음을 붙잡히고 만다. 그리고 볼륨을 크게 해야 들릴 정도로 뭐라고 웅얼거린다.

  그런데 이 유닛의 이름 ‘만감’이 “만감이 교차하다”는 말을 쓸 때의 만감인지 한라봉 같은 큰 귤을 지칭하는 만감류의 만감인지는 모르겠다.

  고도현은 힘을 빼고 노래한다. 아니면 원래 힘이 없거나. 블루스의 요소가 있어서 노랫말들이 마음에 든다.(블루스는 노랫말이 반 먹고 들어가야 한다.)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테이프는 기억이 많죠”(‘릴테잎’), “막차에 오른 뒤 녹은 / 두 눈이 잠드는 사이 / 지나쳐버린 저 밤은 / 밝았네”(‘외투’) 등 노랫말을 따로 떼놓으니 확 와닿지 않겠지만 묘하게도 리듬과 함께 들으면 의지할 사람 없이 겨울 바닷가를 걷는 발자국 소리 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으리라.

  뮤직비디오를 보면 레트로하면서도 다소 술렁이게 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기억, 꿈, 이야기, 상실, 그리움 등에 기대어 노래한다. 음색이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좋다. 아침 모닝커피와 함께 먹는 소금빵 같으므로. 약간 풀린 나사는 다시 조여질 수 있는 가능성의 늑장을 부릴 수 있다. 여음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도현일 것이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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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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