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지 시집 <오리배가 지나간 호수의 파랑>(아침달, 2025)
파수꾼은 밤이 팽창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울타리가 무너진 집에서 빈사의 새가 자기의 그림자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었다
파수꾼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그 선대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 자기가 진 빚을 계산하고 있었다 파수꾼은 답을 몰랐다 파수꾼은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냈다 암흑 속에서 누군가 그것을 보고 있었다 파수꾼은 낮은 소리의 부름을, 그 부름에 응하는 자기의 떨리는 목소리를 머릿속에 그려보려고 했다
파수꾼의 혼은 자기를 수집하고 있었다
밤하늘에 눈처럼 생긴 달이 떠 있었다 흰 그름이 어둠의 피부를 훑고 지나갔다 외로운 망루 위에서 파수꾼은 보고 있었다
-장이지, 「파수꾼」 부분
시인의 눈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경우가 많다. 보통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친 장면들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과 같이 보면서도 어딘가 다른 장면을 보기도 한다. 즉, 똑같은 장면을 보아도 그 속에 또 다른 뭔가가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시인의 눈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는 없는 제3의 눈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장이지 시인의 눈도 그와 같다. 남들이 보지 않는 사물의 뒷면을 보거나 혹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숨겨진 장면을 보는 눈이 하나가 더 있다. 그 눈으로 보는 세상은 남들은 무심코 지나치거나 애써 모르는 체하는 드러나 있지만 숨겨진 세상이다. 그럼에도 장이지 시인의 시가 비틀려지지 않는 것은 그가 올곧게 힘들게 사는 이들의 삶에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너는 기어이 자퇴서를 들고 왔다
일곱 번의 휴학
골수 기증자를 막연히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한 달 전에 나는 너를 돌려보냈다
자퇴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나아서 돌아와야지, 나아서
그날 나는 저 아래로 교문으로 내려가는
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중략>
나는 네가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하늘의 투명한 빛이
바람속에서
멀리 녹나무 길 위로 퍼지고 있었다
-장이지, 「자퇴」 부분
물론 모든 시가 관심에서 나오지만, 그의 시의 최근의 특징은 철저하게 자기 주변에 보이는 삶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착에서 나온 듯하다. 단지 형상화하기 위한 시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질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삶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바라보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면 그들의 삶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 것. 그러한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응원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시편에 녹아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삶도 녹여내고 있다.
잘 쓰여지고 고상한 시의 틀에서 벗어난 진정한 삶의 자세를 시를 쓰며 배워나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