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어떤 장례식

​​

​​

  한라산보다 조금 낮은

  아이슬란드의 오크 화산 정상에서

  700살 먹은 오크예퀴들이 죽었대

  사망 선고가 내려진 지 다섯 해가 지난

  2019년, 그해 8월도 무더웠을까

  기후변화로 모든 것이 녹아 내렸을까

  조문객들이 산 정상에 모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15피피엠의 이름으로

  죽어간 빙하의 장례식을 치르고

  놋쇠로 만든 추모비를 건립했대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는 없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해냈는지

  ‘미래로 보내는 편지’를 추모비에 새겼대

  이 장례식이 끝나고 한 달 뒤엔

  스위스 알프스의 피졸이

  그 다음에는 미국의 클라크

  또 그 다음에는 멕시코의 아욜로코

  전 세계 곳곳에서 죽어간

  빙하의 장례식이 잇따라 개최됐대

  동물만 멸종하는 게 아닌가봐

  빙하의 시대 마감을 알리는 위패가 늘어가고

  이런 장례식, 빙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 봉행해야 할지도 몰라

​​

​  강덕환  thekwan@hanmail.net​​​​​​

 

 

​​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6 여름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