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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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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대기 끝을 갈고리발톱으로

  붙잡고 내려앉는다

  까마귀와 소나무가 출렁거린다

 

  까만 먹물 막대사탕처럼

  가지마다 앉은 까마귀들

 

  주의보가 불러온 거센 하늬바람에

  문 걸어 잠근 초록 섬을

 

  끝이 갈라진 긴 날개를 펼치고

  바다와 지붕 위 바람에 맞서다가

  미끄러지다가

 

  청보리밭에 앉았다 날아오르다

  온종일 바람에 실려

  섬을 배회하던 떼까마귀가

 

  해 떨어지면 찾아드는

  우도봉 소나무 숲에서

 

  먼 곳 개 짖는 소리에

  후드드득

  그물처럼 펼쳐지다가

 

  가지 끝에 내려앉았다

  차르르륵

  하늘로 파도치다가

 

  가지 끝에서 비행깃 접고 솜깃을 부풀리는 시간

 

  빨간 등대가 깜빡거리는 포구에는

  풍랑에 발 묶인 도항선이 출렁거리고

 

  떼까마귀 물고 온

  어스름 보자기 두르고

  섬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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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경   nomadic69@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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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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