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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묘화
꿈에 찍힌 간니 자국을 천사는 알아봤다
가슴 장화를 껴입은 아빠가 새벽 대문을 나설 때 한쪽 귀가 잘린 토끼 인형을 안고 늪을 따라 걸었다
고무통을 밀며 등을 굽히는 모습
진흙을 쑤시던 장대 끝으로 비릿한 할머니들이, 죽은 오빠의 배냇저고리가, 지붕으로 던진 젖니가 달려 나왔다
아빠는 수염 언저리까지 다리로 변해 진창으로 걸어갔다 이빨 없는 늪이, 검은 입술이, 아빠를 빨아들였다
가시가 절반인 연꽃이 새벽 늪에 잔무늬를 새겼다
우물거리던 새벽이 젖니를 뱉어냈다 토끼는 귀가 있던 자리를 어루만지며 천사가 피어오르는구나, 중얼거렸다
이제 난 입술을 모으고 숨죽여 울어야 하나 아껴둔 한쪽 귀는 태어날 오빠에게 먹여야지
할머니들이 건너온다 물컹한 길은 뼈가 된다 무릎걸음으로 늪을 누벼 내 투명한 살갗에 밑그림을 잇는다 진흙을 개던 손바닥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 키가 불쑥 자라고
죽은 오빠를 치대 엄마에게 바른다 덧칠하던 할머니들이 허리를 펴고 잇몸을 드러내며 웃는다
해거리하는 살구 아래서 엄마는 토악질을 해댄다
동살이 새벽꿈을 지운다
불 지핀 화덕에 가물치 한 마리, 액자 속에는
지난밤 물을 건너온 할머니들이 말라 있다
박은우 ghkstmddur1226@naver.com
이호석 ㅣ 공중 필사
2025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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