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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 들어간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듯,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안락이 나를 붙잡았다고 믿었지만

  내가 단순화하기 위해 무섭게 하류로 흘러가고 있을 때 녹음은 짙어지고 본능적으로 일만 할 때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무지개가 미묘하게 끔뻑거리며 끔뻑거릴 때 바람이 세월의 흔적 같은 얼굴로 벌겋게 불었을 때 무수히 떠오르는 생각을 버리려고 했을 때 마음에 살그래 심어둔 여름이 다시 이리저리 고통스러워졌을 때 느닷없이 부풀어 오르는 여름은 없으니 유혼(遊魂)의 깜부기처럼 여름의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바림으로 미화된 기억들이 떨어진 길에 무수한 생각을 버리고 녹음이 짙어질 때 여름과 작별을 고하는 날 아름답게 끝날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여기 너머에서.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리토스(Heraclitus)

   안은주  anej6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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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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