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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

 

 

  바람을 붙잡으려고 한 것을 보니

  영락없는 묵객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속도를 음각한 것을 보니

  영락없는 시인이다.

  누군가 갈아놓은 먹으로 가득한 지난 밤엔

  밤의 먹물로 한 자도 쓰지 못한 채

  한낮에도 눈앞이 캄캄하구나.

  북두칠성 반짝이는 밤의 마음으로

  바위 앞을 서성거리는 바람

  문창성은 낮에도 빛나고 있겠지만

  문장가가 되지 못한 바람은

  돌의 그늘을 어루만질 뿐이다.

  힘주어 새긴다고 글자에 날개가 돋을까.

  여섯 번째 별, 개양이 보이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외직을 위무하는 물소리에

  붓을 적시는 날이 더 많았다.

  누군가 술에 취해 휘갈긴 노래

  음탕한 서체로 한 세상이 저물고

  저 바위문을 연다고 해서 선계가 펼쳐질까.

  밤의 여정에서 읊조리던 밤바람

  한낮에도 낮술에 취한 듯 허정거린다.

  바람은 다시 또 불고

  그나 나나 적잖이 외로운 나뭇가지 신세

  키보드의 그늘을 어루만질 뿐이다.

  힘주어 새긴다고 커서에 날개가 돋을까.

   현택훈  trace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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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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