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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

 

 

  오늘의 고요는 밤이 부려놓은 도시의 새로운 유형인가요 박제된 바람에 달의 돌기를 욱여놓고 계절의 눈이라 읽습니다 몬순의 추를 가슴에 단 욕망의 부등식은 언제나 북으로 기울고요 입속 더운 창에 어리는 김은 외로운 추상의 신기루 마른 대지에 단비가 고일 적법한 시점을 당신은 꿈의 빈틈이라 읽나요 창틀에 막힌 볕이 거대한 덩어리 뒤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어요 사람들은 많았고요 수많은 발자국으로 자전에 박차를 가하고는 항아리 속으로 숨어버렸어요 숨 돌릴 틈도 없이 지구가 울고 있다고, 지구가 울 틈도 없이 숨이 가빠서는 이내 벌건 항아리가 보이지 않는 담벼락을 기어오릅니다 그래요 오늘은 바로 그네들이 기다리던 여름의 오르막이었어요 눈동자를 끔뻑이며 적란운이 깊어갑니다 우산처럼 펴지는, 펴져서는 난기류에 밀려 무심코 하늘을 오르는 난색 눈동자 말이지요 차마 문지방을 넘지 못하는 그 기억 말이지요 마른 침 속에 고인 당신의 축축한 웃음 말이지요 아무리 밀어내도 다가오는 빈틈없는 텅 빈 소리 300리터 규모의 얼음나라는 거실에서 웅웅거리고요

   이재  3ll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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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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